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여행해보니 | 해박한 지식과 흥미진진한 입담을 더해 성숙한 여행
페이지 정보
- 작성자관리자
- DATE21-12-27
본문
지속가능한 여행은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한다. 아름다운 풍경, 흥미로운 거리, 대대손손 이어져 내려오는 맛집도, 지금 이곳을 여행하게 된 이유와 내일의 여행에 대한 기대는 과거에 있다. 우리나라 구석구석의 역사와 문화, 예술, 자연 그리고 21세기까지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각종 ‘썰’까지 쉽고 재밌게 전해주는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서울 을지로와 충무로를 여행하고 돌아왔다.
한국의 노동운동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열사. 전태일 기념관 앞에서 그의 업적을 이야기하고 있는 황현숙 문화관광해설사 / 손고은 기자
평범한 돌도 특별해지는 마법 같은 여행
먹고, 마시고, 그저 휙 한 바퀴 둘러보고 오는 여행이 이제는 조금 지겨워 특별한 동행자를 구했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관광해설사(무려 약 3,300명) 중 서울 을지로와 충무로, 서울시청 일대를 책임지는 황현숙 문화관광해설사가 이번 여행의 동행자였다.
문화관광해설사 통합예약시스템에 접속해 시·도·군 단위로 원하는 여행지와 일정을 선택하니 다양한 도보해설관광 상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 중 ‘을지로와 충무로 골목의 시간여행’을 선택했는데, 가장 가까이에 있어 소원했던 동네라 그랬다. 자주, 종종 오가는 이 일대를 새롭게 바라보고 싶었다.
한파주의보가 발령됐던 12월13일 오전 10시. 충무로역 4번 출구 앞으로 황현숙 문화관광해설사와 두 명의 신청자가 모였다. 이날 함께 투어에 참여한 60대 남성은 30여 년 전 이 근방에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다가 오랫동안 지방에서 근무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고 했다. “정년퇴임 후 보다 깊이 있는 여행을 하고 싶어 검색하던 중 문화관광해설사 사이트를 알게 됐습니다. 서울에 살고 있지만 가까이에 있어도 잘 몰랐던 동네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여행해보려고 합니다.”
선비들이 모여 살던 남산골 한옥마을 / 손고은 기자
기대감이 만족감으로 변하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황현숙 문화관광해설사는 남산골 한옥마을에 들어서자 남산골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냈다. “남산은 경치가 아름다워 선비들이 풍류생활을 하던 곳으로 알려졌죠. 하지만 충무로에 위치한 남산골은 북촌이나 서촌 마을에 살고 있는 선비들보다 생활이 어려운 선비들이 많이 살던 곳입니다. 저기 연못 옆에 정자가 보이시나요?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정자인데, 이곳 남산골 정자의 지붕은 지푸라기로 만들어진 걸 볼 수 있습니다. 가난했던 선비들의 생활상이 반영된 거죠. 소나무도 많지 않나요? 애국가 2절에 나오는 ‘남산 위에 저 소나무’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랍니다.” 해설사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거치니 쉽게 지나칠 수 있었던 모든 것들이 새롭게 보였다.
영화인의 거리, 충무로에는 영화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많았고, 자연스럽게 카메라 가게도 많아졌다 / 손고은 기자
도보해설관광은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내려와 충무로와 을지로로 이어졌다. 영화인들의 거리로 알려진 충무로에는 크고 작은 공연장은 물론 다양한 모습의 문화예술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황현숙 문화관광해설사가 그 속에 자연스럽게 설치된 작품들을 숨은 그림 찾기 하듯 하나둘 가리키자 예술인의 거리가 한발자국 가깝게 다가왔다.
을지로 노가리 골목은 1970~80년대 근처 인쇄소와 철공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저렴한 값에 맥주를 마시러 자주 찾으며 형성됐다 / 손고은 기자
을지로는 자신 있었다. ‘힙지로’로 부상한 을지로 일대를 뻔질나게 드나들며 노가리와 골뱅이에 맥주를 수없이 들이켰으니, 잘 안다고 생각했다. 황현숙 해설사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을지로 일대에 인쇄소와 철공소가 많이 있죠? 1970~80년대 을지로 골목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은 적은 월급으로 기분을 내기 위해 근처 맥줏집을 종종 찾았습니다. 당시 주류 도매상 창고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맥주를 팔았고, 저렴한 술안주였던 노가리와 골뱅이 무침을 자주 즐겨먹었던 게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거죠.” 생각해보면 지금도 을지로 노가리 골목과 골뱅이 골목의 맥주와 안주는 저렴하다. 30~40년이 지나서도 퇴근 후 시원한 맥주 한잔에 짭조름한 노가리를 질겅이며 하루의 고단함을 풀어내는 을지로 일대 직장인들을 위한 거리로 남아 있다. 아마 며칠 후 노가리 골목을 찾게 되면 이곳이 좀 더 애틋해질지도 모르겠다.
두 명이 동행한 충무로·을지로 도보관광해설은 청계천을 지나 세운상가에서 마무리됐다. 신청자가 한 명이라도, 추운 겨울이든 더운 여름이든, 문화관광해설사는 기꺼이 여행에 동행해 꼼꼼한 해설을 더한다고 했다. 여행은 내일도 계속되어야 한다고 확신하게 된 건 해박한 지식과 재치 넘치는 입담을 더해준 문화관광해설사 덕분이었다.
About 문화관광해설사
관광객들이 방문한 지역을 쉽고 재밌게 이해하고 체험의 기회를 제고하기 위해 역사?문화?예술?자연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해설을 제공하는 자원봉사자다. 각 지자체에서 선발 자격과 조건을 설정하고 모집, 선발을 거쳐 관광지별로 배치된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이렇게 선발된 문화관광해설사들은 100시간에 이르는 신규양성 교육과정을 추가로 수료해야만 비로소 활동할 수 있게 된다. 2021년 기준 전국 17개 시·도에서 활동 중인 문화관광해설사는 약 3,300명이다.
문화관광해설사 통합예약시스템 / 화면 캡쳐
이곳에 가면 한 뼘 깊은 여행이 있다
문화관광해설사 통합예약시스템에서 누구나 쉽게 문화관광해설사를 만날 수 있다. 관광지정보 카테고리에서 원하는 지역을 선택하면 관광지에 따라 분류된 여러 가지 여행을 만나볼 수 있다. ‘자세히보기’ 탭을 통해 상세 코스와 관광지를 확인해보자. 관심이 가는 일정을 골랐다면 문화관광해설사 동행이 가능한 날짜를 확인하고 간단한 본인인증을 거쳐 예약하면 된다. 예약 후 문자로 미팅 장소와 날짜, 배정된 문화관광해설사의 연락처를 전달받는다. 해당 사이트에서 예약확인 및 취소, 변경 등을 진행할 수 있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Tag#문화관광해설사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 : 여행신문(http://www.traveltimes.co.kr)